MY MENU

언론보도

제목

중앙일보(2000.05.19)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6.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3660
내용
설렁탕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뜨거운 국물은 추운 겨울날 언 몸을 녹여주고, 여름엔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철 애용하는 설렁탕은 맑은 장국, 토장국, 곰국, 냉국 가운데 곰국에 속한다. 곰탕은 사태, 양지머리 등의 정육과 양, 곱창, 곤자소니 등의 내장을 주로 하여 반쯤 익었을 때 무, 다시마를 넣고 끓인 것으로 기름진 맛이 난다.
곰탕이 처음 기록된 1800년대말의 ‘시의전서’에는 ‘고음(膏飮:기름을 마신다는 뜻)국’으로 기록돼 있다. 이것이 이후 ‘곰국’ 또는 ‘곰탕’으로 고기를 푹 곤 국이라는 의미도 지니게 됐다.
이에 반해 설렁탕은 사골, 도가니, 쇠머리, 우족 등의 뼈와 양지머리, 사태 등의 정육, 우설, 지라, 허파, 유통 등의 내장을 넣고 하루정도 푹 고아 끓인 것으로 곰탕보다 국물이 뽀얗고 진하면서도 맛이 담백하다. 또 곰탕은 고기와 무,다시마를 푹 삶은 뒤 꺼내 한입 크기로 썰어 간장 양년을 해 다시 넣어 끓이는데 비해 설렁탕은 다 끓인 후 먹는 사람이 입맛에 맞춰 소금간을 한다.
현재 서울 제기2동에 있는 선농단에서 농사의 신께 제를 올리며 세종대왕이 논을 경작하는 본을 보일 때였다. 갑자기 심한 비바람이 몰아쳐 오도가도 못하게 된 임금의 배고픔을 달래느라 백성들은 농사짓던 소를 잡아 맹물에 넣고 끓였는데 이것이 설농탕(設農湯)이 됐다고 한다.
설농탕은 몽골인도 먹었다. 고기를 맹물에 끓인 음식을 슈루(空湯. 고기 삻은 물이라는 뜻)라고 불렀다. 이것이 고려시대에 한자음의 영향을 받아 선농(先農), 설농(設農) 등으로 이름지어졌다는 설이다.
눈처럼 뽀얗다고 해서 설농탕(雪農湯), 설렁설렁 끓였다고 해서 설렁탕이라는 얘기도 있다.
우리 민족은 소의 부위별 조리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세분화하여 맛을 가려먹기도 하고 융합된 미각을 즐기기도 한다. 설렁탕이야말로 ‘혼합미’의 대표로 꼽을 만하다. 가죽과 오물을 제외하고는 몽땅 탕의 재료가 될 수 있어 냉장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아주 효율적인 음식이였다.
또 콩 하나라도 이웃과 나눈 우리 민족인지라 적은 양의 고기를 가까운 사람과 나눠먹기에 가장 적합한 조리방법이었을 것이다. 국물 있는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민족성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어 신세대 구세대 가릴 것 없이 설렁탕 곰탕을 즐긴다.
요즘 60년대 공처가는 부인이 곰국을 끓여 놓고 집을 나가면 그 양을 보고 부인의 귀가 일정을 짐작한다는 우스게 소리도 있다. 조리법도 간단한 데다 김치나 깍두기만 있으면 여러 끼니를 때울수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입에 짝 붙는다.”는 말이 있다. 진국으로 끓인 곰탕이나 설렁탕은 정말 입에 짝 붙어 입을 벌릴 때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도가니나 우족, 쇠머리, 양지머리에 있는 콜라겐이 조리과정에서 열을 받아 젤라틴이 된 까닭이다. 뽀얀 국물엔 각종 아미노산과 칼슘, 마그네슘, 이 등 무기질과 연골 조직에 많은 콘드로이친, 황산 등이 녹아 있다. 콘드로이친, 황산을 눈의 각막과 관절을 보호하고 뼈 형성을 촉진하며 피부의 보습 및 재생에 효과가 있어 노화를 억제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설렁탕은 집에서 끓이는 것보다 전문점의 것이 더 맛있다. 집에서는 여러 부위의 고기를 준비하기도 어려운데다 양도 적어 제 맛을 내기 어려운 탓이다. 이럴 때는 약식으로 도가니, 사골, 우족 중에 한가지만 골라 끓여도 먹을 만 하다. 반찬 준비에 골치 아픈 요즘. 입맛 없어진 식구들을 위해 이번 주말엔 설렁탕을 만들어 보자. 뼈는 찬물에 담가 피를 빼고 끓는 물에 데쳐내 불순물과 잡 냄새를 제거한 다음 찬물에 넣어 끓인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핏물을 뺀 사태나 양지머리, 데쳐 낸 우설 등을 넣어 중간 불에서 무르도록 삻는다. 이때 국물 위에 뜨는 거품과 기름은 빠짐없이 걷어낸다. 여기에 삶은 국수를 말고 송송 썰은 파와 후춧가루, 소금을 곁들여 내놓는다.
손정우<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서울 곳곳에 여러 설렁탕 전문점이 있지만 가장 적정하게 맛있는 전문점을 소개한다.

<이문 설렁탕> 서울 종로구 공평동 소재.02)733-6526
<이병우 신촌 설렁탕>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02)512-8318
<하 동 관> 서울 중구 삼각동 소재.02)776-9876
<한가네 가마솥곰탕> 서울 역삼동 소재.02)553-8078
<조 선 옥> 서울 역삼동 소재.02)562-1159
<잔 칫 집> 서울 청량리 소재.02)959-3779
<이 남 장> 서울 을지로 소재.02)2267-4081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